에픽하이의 행복합니다.

난 책상을 다시 정리하고 새로나온 프로그램 설치하고
아들에게 전화해서 괜찮냐고 묻고 끊고 물 한잔 마시고
한모금 더 화분에 붓고 넥타이는 조금 더 예쁘고 묶고
바닥에 떨어졌던 종이를 줍고 남들보다 조금 더 크게 웃고
일어서 웃으며 인사하고 엘리베이터 안에서 잠시만이라도
눈 감고 새가 되는 상상에 빠지고 내리고 도시의 공기를 마시고
앞으로 걷고 지나가는 사람과 어깨가 부딪히고 아 죄송합니다 말하고
지하철을 기다리면서 오늘도 또 입을 다물고 소리쳐
나, 죽으러가는 거 맞죠 그런거죠 그런거죠
근데 왜 자꾸 이렇게 눈물이 나죠 도대체 왜
책상에 졸다가 일어나고 화장실로 걸어가 세수하고
테이블의 차트를 정리하고 흰 가운에 청진기를 손에 잡고
문을 열고 다가선 커피 자판기 어제처럼 선택은 블랙커피
한모금 마시고 뱉어버리고 남은 것은 휴지통에 부어버리고
발길은 돌려 복도를 향하고 마주치는 사람들과 인사하고
소아병실로 들어서 진찰하고 감사합니다 어머니가 말하고
괜찮을거예요 웃어주고 복도로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옥상에 도착해 담배를 물고 가슴을 부여잡고 오늘도 소리쳐
나, 지금 잘하고 있는거 맞죠 그런거죠 그런거죠
근데 왜 자꾸 이렇게 눈물이 나죠 도대체  왜
오늘부터 담배를 끊어야지 새로운 것을 배워야지
이 회사에서 한획을 그어야지 오늘도 숨죽여 살아야지
오늘부터 긴 한숨을 쉬고 차가운 물로 목을 적시고
이 어린 아이의 손목을 손에 쥐고 설마 제가 당신을 버릴까요
오늘부터 담배를 끊어야지(오늘부터 긴 한숨을 쉬고)
새로운 것을 배워야지(차가운 물로 목을 적시고)
이 회사에서 한획을 그어야지 (이 어린 아이의 손목을 손에 쥐고)
오늘도 숨죽여 살아야지(설마 제가 당신을 버릴까요)
오늘부터 담배를 끊어야지(오늘부터 긴 한숨을 쉬고)
새로운 것을 배워야지(차가운 물로 목을 적시고)
이 회사에서 한획을 그어야지 (이 어린 아이의 손목을 손에 쥐고)
오늘도 숨죽여 살아야지(설마 제가 당신을 버릴까요)
행복합니다
행복합니다
행복합니다
죽을만큼 행복합니다.

이 노래 들어보신 분 계신가요?

제가 이상한 건가요?

마지막 두 사람의 목소리가 합쳐지는 부분이 저에게는 이렇게 들립니다.

…(목을) 베어야지..
…(손목을) 그어야지..
…(숨을) 끊어야지..
…(당신을) 죽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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