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올림픽 때 김연아가 금메달 딴 다음 날 점심,
나는 김연아가 좋다고, 나는 김연아’빠’가 맞다고, 그 연기가 너무 예쁘다고, 내가 김연아와 동시대에 존재한다는게 얼마나 다행이고 행복한지 모를거라고 하는 내 말에,
시니컬하게 “형, 그 기록이 안깨질 것 같아? 그거 어차피 깨져” 라고 대꾸하는 녀석의 말에,
발끈했지만 그저 웃고 넘긴 것이, 한마디 톡 쏴주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맘에 남을 정도로, 나는 김연아를 좋아한다.
이번 올림픽 출전을 마지막으로 은퇴할 거라는 말에, 마지막 경기 만큼은 그녀가 후회로 남지 않을 연기를 하기를 바랐다. 점프를 뛸 때마다 ‘넘어지더라도 그 때 안 뛴 것을 후회하지 않게 그냥 뛰어’와 ‘아, 넘어져서 후회로 남으면 안되는데’ 하는 두 모순된 마음에 나도 내 마음을 몰라 했다. 출전 전에 목표가 클린 연기라는 그 말에 끄덕이며, ‘점수나 메달 따윈 상관없어. 연아만 좋다면’ 했지만, 막상 닥쳐 “말도 안돼!” 가 저절로 나오는 걸 보니 정말 그렇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괘씸하다.
그래도 웃으며 마무리 지은 그녀의 모습이, 곰인형을 주워 끌어안고 재기 넘치는 표정을 짓고, 빙판에서 내려오면서 갑자기 울컥하던 그 모습이, 다시금 떠오른다.
밴쿠버 올림픽 때의 프리 경기에서의 마지막 스핀을 돌 때, 심장이 쿵쾅거리며 환희에 눈물이 날 것 같았던 그 느낌을, 마지막에 두 팔을 번쩍 들고 기뻐하던 모습도, 울음을 떠뜨린 그 얼굴을 보며 나도 눈가가 젖어오던 그 느낌도 떠오른다.
내가 동시대에 함께 있어서, 지금껏 한 시대의 역사를 직접 보고, 그것을 느낄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다.
그리고 내 마음에 주었던 감동도 잊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