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으로부터의 사색 – 청구회 추억

읽는 중 입꼬리가 슬슬 올라가게 만드는 흐뭇하면서도 유머있는 글이었다. 마지막 부분의 어찌보면 희극적인 비극을 제외하면.

60-70년대의 우리 글은 너무나도 정답고, 의젓하며, 점잖으면서도 정겹다. 우리말의 맛이 난다.

아! 이런 글, 너무 좋아!

‘진짜배기 코드 평가자라면 하지 말아야 할 네 가지’를 읽고

개인의 경우는 대체적으로 설득 가능하다. 그러나, 모든 팀원이 그래서 모두를 설득해야 한다면, 팀 혹은 회사 차원의 문제다. 이런 경우, 개인을 설득하려 해도, “다들 그래요”, “그게 여기서 되겠어요?”, “그거 한다고 안바뀌어요”, “당신 때문에 내 코드가 못들어가고 있어요. 오늘 릴리즈인데, 당신이 책임질거요?” 따위의 말이나 듣는다. ‘협업 안되는 사람’이 되고.

내가 아는 어떤 회사가 그랬다. 요즘은 좀 바꾸려고 하는 것 같던데, 이런 사람들이 위에서 때리면, 제일 먼저 자기는 안그런다 하더라.

만약 당신이 동료를 향해 신경쓰이는 기분이 든다면 회사 혹은 팀의 경영 측면에서 문제가 있는 겁니다.

(번역) 진짜배기 코드 평가자라면 하지 말아야 할 네 가지

화가 났음을 인정하고 적절히 표현하게 하라

밤톨이는 화가 나면, 근처에 있는 물건을 일부러 던진다. 물건이 없으면 찾아서 던진다. 달라고 해도 안주고, 일부러 던진다. 아직 힘도 없고 던지는 법도 잘 몰라서, 장난감 자동차 같은게 허공에 그저 떠올랐다 떨어지거나, 그저 떨어뜨리는 걸 보면, 풋 웃음이 난다. 못던지게 물건을 뺏으면, 엎드려서 으어엉 대성통곡을 한다. 고민이다.

—————————————————————————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여서 화가 났음을 인정해 주되,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아이와 진지하게 이야기해야 합니다. 상대방이 자신의 분노를 알고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적절한 수준에서 분노를 표현하게끔 지도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도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야 하고, 자꾸 표현해야 합니다. 단, 표현하되 폭력적으로 하지 말고 타협이 가능한 수준에서 해야 하지요. 아예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문제는 언제나 곳곳에 도사리고 있으니까요. 문제가 일어났을 때 이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몸소 실천하여 아이들이 보고 배우게 하는 부모의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하루에 딱 세 가지 해내기

이건 꽤 훌륭해 보인다.

—————————————————————————

내가 가진 것을 포함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산성 관련 앱들을 다운로드하더라도 3의 원칙만큼 해야 할 일에 전념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은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원칙은 정말 단순하다.

1. 매일 하루를 시작할 때 그 날이 저무는 시점으로 머릿속의 시간을 빠르게 돌려 자신에게 질문한다. 하루가 다 지나갈 때 성취하고 싶은 세 가지 일이 무엇인가. 그러고는 결정한 내용을 적어둔다.

2. 주간 단위로도 매주 초에 같은 원칙을 적용한다.

이렇게 결정한 세 가지 일이 그날 하루, 또 한 주의 핵심이 된다. 이게 전부다.

마이어에게 왜 하필이면 매일 그리고 매주 목표를 세 가지만 선택하는가를 물었다. 한두 가지일 수도 있고, 혹은 네다섯 가지를 정할 수도 있지 않은가. 그의 답변이 기막혔다. “내 매니저가 한 주 동안 우리 팀이 무엇을 달성했는가를 물을 때 10장짜리 목록을 원하지 않더군요. 가장 괄목할 만한 세 가지 결과를 요구했어요. 그래서 그냥 3의 원칙에 주목하게 됐죠”

이후 마이어는 자신의 팀원들에게 하루 동안 무엇에 주력했는가를 물었을 때, 그 역시 세 가지 이상의 결과물, 즉 가장 의미 있는 세 가지 일 외에 더 많은 것을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나도 마찬가지예요. 세 가지가 따로 적어두거나 확인할 필요 없이 유념하기에 매우 쉽더군요. 세 가지 결과물 정도는 길 가다가도 줄줄 말할 수 있어요. 그때그때 우선순위를 매기고 일을 순조롭게 진행하는 데 이 방법이 결정적인 효과를 냈죠.”

세 가지는 아무렇게나 집어 든 숫자로 보일 수도 있지만 수행하고자 하는 중대한 업무를 포괄할 만큼 충분히 많으면서, 중요한 사안에 생각을 집중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적은 수다. 세 가지는 일을 보다 슬기롭게 해내는 데도 도움이 된다. 성취하고자 하는 일을 결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하지 않을 일을 결정하게 되기 때문이다. 또 3의 법칙은 얼마나 많은 일을 해치우는가를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는가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생산성의 원리와도 훌륭하게 접목돼 있다.

3의 원칙이 실행활에 제대로 통하는 이유는 또 있다. 제아무리 최선의 주의를 기울인다고 해도 비상 상황이 닥치게 마련이고, 더욱 다급히 처리해야 할 일이 밀려들면 비명이 터져 나올 수 밖에 없다. 세 가지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이런 와중에 등대가 되어줄 것이다. 처리하고 싶었던 10장짜리 업무 목록과 씨름하다 결국 아무것도 해내지 못한 채 좌절감에 빠지는 상황과 정면으로 대조된다.

앞으로 중요성이 떨어지는 일을 피하고 영향력이 낮은 업무를 줄이는 한편, 주위 잡음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깊이 다루겠지만, 먼저 하루, 그리고 한 주 동안 집중할 일을 세 가지로 압축하면, 모든 일이 엉망이 되는 상황에서도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고,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마이어의 말은 매우 적절하다.

“단순함으로 인해 복잡함을 보다 쉽게 다루고 쇄신하고 전개할 수 있다.”

<그들이 어떻게 해내는지 나는 안다> 크리스 베일리 지음, RHK, p.55-61

발생한 문제를 둘 모두가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풀어가라. 인내하지 마라.

‘부부 사이에는 어떤 문제든 늘 일어난다. 그게 살아 있는 부부다. 원만하고 건강한 부부란, 아무 문제가 없는 부부가 아니라 발생한 문제를 두 사람 모두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풀어 가는 부부다. 물론 싸움에만 집착하여 서로 잘잘못을 가리는 것도 문제다. 하지만 정반대로 세월이 약이라고 인내만을 미덕으로 삼는 것도 잘못이다. 인내는 좋은 미덕이 틀림없으나 모든 걸 해결해 주지는 못한다. “어차피 대화도 안 통하는데 내가 참지”라고 침묵한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290p.

어찌 부부 관계만 이러랴.

말을 할 때 명심할 열가지 조언

‘말을 할 때는 다음의 열 가지를 명심하라.

첫째, 상스러운 말은 하지 마라. 욕이나 비하하는 말은 말 가운데 가장 낮은 하수다.
둘째, 상대가 제일 싫어하는 말은 절대 하지 마라. 누구나 정말 듣기 싫은 말이 있다. 그 말은 뇌관이다. 건드리면 폭발한다.
셋째, 남과 비교하는 말은 피하자. 세 살 먹은 아이부터 팔십 살 먹은 노인까지, 남과 비교하면 정말 기분 나쁘다.
넷째, 인격을 무시하는 말로 공격하지 마라. 자존심을 건드리면 관계를 회복하기 어렵다. 두고두고 원망만 들을 뿐이다.
다섯째, 상대 가족을 헐뜯지 마라. 본질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상대의 가족은 어떤 상황에서도 건드리지 마라.
여섯째, 폭탄선언은 제발 참아라. ‘우리 헤어져’, ‘이혼하자’, ‘사표내야지’ 등 이런 이야기는 정말 마지막에 하는 말이다.
일곱째, 유머 있는 대화의 기술이 필요하다. 무슨 이야기든 심각할 필요는 없다.
여덟째, 분명한 말은 오해를 남기지 않는다. 확실한 ‘예스’와 확실한 ‘노’는 연습해야 잘할 수 있다.
아홉째, 비비 꼬는 꽈배기 말은 하지 마라. 마음이 꼬여 있을 때는 침묵하는 게 낫다.
열째, 사람을 죽이는 독 있는 말도 있다. 말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독이 되기도 하고 명약이 되기도 한다.’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안의 “말실수를 하고 후회한 적이 많은 사람들에게” 222~223p.

나도 경험으로 얻었던 몇가지 조언에 더해서 구구절절 맞는 조언들. 뼈저리다.

상대의 특별한 점을 기억하라

‘대놓고 “당신은 무슨 일을 잘 하냐”고 묻기도 한다. 보통 사람들은 그런 질문에 답하기를 좋아하고, 질문을 한 상대방에게 호감을 가진다’

‘자, 50여 년 경력의 정신과 의사가 일러 주는 인간관계의 비결은 상대의 특별한 점을 기억하라는 것이다.’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220~221p.

좋은 질문이다. 답하는 사람이 흥이 나는 질문이니까. 질문자에게 호감이 생기는 것이 당연하다.

좋은 질문 하니까 생각나는데, 얼마 전 누군가가 지인들에게 “너는 내가 왜 좋아?”라고 자주 묻는단 이야기를 들었다. 이 또한 좋은 질문이다.
답변자는 일단 질문자를 내가 좋아하는가-질문자에 대해서- 생각할테고, 질문자를 좋아한다면,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볼 것이고, 이를 말로 할테니까.
좋아하지는 않더라도 그와의 관계를 해치기 싫은 사람이라면 이유는 어찌됐던 이래서 좋다고 말로 할테니까.
그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질문자가 답변자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었다면 그게 아님을 알 수 있을테니까.
그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그리고 질문자가 그 사실을 알고 있다면 저 질문이 나오지 않겠지.
어떠한 것을 밖으로 꺼내어 말로 하는 것은 큰 차이를 일으킨다. 사실일 경우, 생각이 더 확고해지고, 사실이 아닐 경우는 자기합리화의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말이 결국 사실-여기선 질문자를 좋아한다는 사실-이 된다.

상대의 특별한 점을 기억하라는 건 디테일의 힘과도 상통한다. 상세하게 나를 기억하는 사람이 어찌 싫을까.

이러나 저러나, 호감의 이야기를 보고 예전의 내가 생각나서 적는다. 난 오래전 아마 모두의 사랑을 받고 싶었던 것 같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도 나를 좋아하게 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내가 먼저 내민 손을 받아주지 않는 상대를 서운해하고, 원망했고, 이해할 수 없었다. 나중에서야 내 욕심임을 알았지만.
요즘은 나를 싫어해도, 내가 먼저 내민 손을 치워도 그냥 그러려니 한다. 그럴 수 있음이다. 사람 맘은 내 맘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조용히 손을 다시 거둘 뿐이다.

최선을 다하지 말고, 여력을 남겨라

‘나는 ‘최선’이라는 말이 싫다. 최선은 내가 가진 100을 다 쓰라는 말이다. 그러면 씨앗을 먹어 치운 농부처럼 내일을 기약할 수 없게 된다.’

‘이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늘 나의 능력을 30퍼센트 가량 아껴 두었기 때문이다.’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안의 “내가 ‘최선을 다하라’라는 말을 싫어하는 이유”

난 이 깨달음이 늦었다. 입사하고 한창 의욕이 과해 잠도 안자고, 몸 깎아가며 일하던, 내가 맡지 않아도 될 몫까지 끌어 안고, ‘책임감’이란 단어에 취해서 나를 태우던 그 때, 지친 나를 다른 부서의 한 선임님은 ‘기름을 채워야 또 달리지. 기름도 안채우고 계속 달리면 멈춰요’라며 반강제로 스타벅스로 데려가 한가로이 라떼를 먹였다.

여력을 남겨라. 남는 힘이 없으면 모든 일이 귀찮아진다. 그 일 외에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그 남는 일들이 점점 쌓인다. 정말 돌이킬 수 없게 된다. 건강을 해치는건 덤이다. 그런데 그 덤을 얻으면, 네 인생 전체가 사라진다.

타인의 관심 부재를 당연시 하고, 외로움에 적응하기

난 왜 벌써 이미 노후 대비라는 걸 겪어 본 거 같을까. 🙂

‘노후 대비로 외로움에 대비하는 일도 잊어서는 안된다. 살다 보면 아무도 나에게 관심을 갖지 않는 시기가 꼭 온다. 그 상태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그에 적응하는 법은 스스로 찾아내야 한다.’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30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