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을 우리말답게 씀은 내가 이내 갖추어야 할 덕목이다. 유시민이 이야기한 좋은 글이 무엇인지 대번에 알 수 있게 해준 수필집이다. 나의 글은 이미 오염됐음을 깨달았다. 노력하리라.
아래 글은 그 안의 수많은 좋은 글귀 중 써두고 싶은 것을 그리 한다.
수필은 청자靑姿 연적이다. 수필은 난蘭이요, 학鶴이요, 청초하고 몸맵시 날렵한 여인이다.
수필의 색깔은 황홀 찬란하거나 진하지 아니하며, 검거나 희지 않고 퇴락하여 추하지 않고, 언제나 온아우미溫雅優美하다. – 따뜻할 온, 아담할 아, 넉넉할 우, 아름다울 미
여성의 미는 생생한 생명력에서 온다. 맑고 시원한 눈, 낭랑한 음성, 처녀다운 또는 처녀 같은 가벼운 걸음걸이, 민활한 일솜씨, 생에 대한 희망과 환희, 건강한 여인이 발산하는, 특히 젊은 여인이 풍기는 싱싱한 맛, 애정을 가지고 있는 얼굴에 나타나는 윤기, 분석할 수 없는 생의 약동, 이런 것들이 여성의 미를 구성한다.
간다 간다 하기에 가라 하고는
가나 아니 가나 문틈으로 내다보니
눈물이 앞을 가려 보이지 않아라
물론 내가 구해 놓은 이 책들은 예전 그 한방의가 나한테서 돈을 위하여 사 온 진피陳皮, 후박厚朴, 감초甘草, 반하半夏, 행인杏仁 같은 것들이다.
그런데 우황牛黃, 웅담熊膽, 사향麝香, 영사靈砂, 야명사夜明砂 같은 책자들이 필요할 때면 나는 그 시골 약국을 생각하게 된다.
桐千年老恒藏曲(동천년노항장곡)
梅一生寒不賣香(매일생한불매향)
오동은 천년 늙어도 항상 가락을 지니고,
매화는 일생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
나는 그때 동그란 도시락을 색실로 짠 주머니에다 넣어 가지고 다녔다. 그 도시락을 휘둘러서 동무들을 곧잘 때렸다.
아빠가 부탁이 있는데 잘 들어주어
밥은 천천히 먹고
길은 천천히 걷고
말은 천천히 하고
네 책상 위에 ‘천천히’라고 써 붙여라
눈 잠깐만 감아 봐요, 아빠가 안아 줄게.
자 눈떠!
너는 시간을 아껴 철학과 문학을 읽고, 인정이 있는, 언제나 젊고 언제나 청신한 과학자가 되기 바란다.
내가 엄마한테 종아리를 맞아서 파랗게 멍이 간 것을 만져 보시면서 쩍쩍 입맛을 다시던 것이 생각난다. 동네 아이가 나를 때리든지 하면 그 아이 집을 찾아가서 야단을 치시었다. 그때 할아버지 다리가 벌벌 떨리던 것을 기억한다.
그리워하는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민주 국가의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들은 모름지기 셰익스피어를 읽어야 할 것이다. 콜리지는 그를 가리켜 “아마도 인간성이 창조한 가장 위대한 천재”라고 예찬하였다. 그 말이 틀렸다면 ‘아마도’라는 말을 붙인 데 있을 것이다.
“가는 것도 좋고 갔다가 돌아오는 것도 좋다.”
어떠한 운명이 오든지
내 가장 슬플 때 나는 느끼나니
사랑을 하고 사랑을 잃은 것은
사랑은 아니한 것보다는 낫습니다.
“늙어서 젊은이와 거리가 생김은 세대의 차가 아니라 늙기 전의 나를 잃음이다.”
“벽을 부숴라, 드높은 창공이 얼마나 시원하리.”
“나는 말주변이 없어” 하는 말은 ‘나는 무식한 사람이다, 둔한 사람이다’ 하는 소리다. 화제의 빈곤은 지식의 빈곤, 경험의 빈곤, 감정의 빈곤을 의미하는 것이요, 말솜씨가 없다는 것은 그 원인이 불투명한 사고방식에 있다.
눈같이 포근하고 안개같이 아늑한 잠. 잠은 괴로운 인생에게 보내 온 아름다운 선물이다. 죽음이 긴 잠이라면 그것은 영원한 축복일 것이다.
문학은 금싸라기를 고르듯이 선택된 생활 경험의 표현이다. 고도로 압축되어 있어 그 내용의 농도가 진하다.
가문의 자랑도 권세의 호강도
미美와 부富가 가져다 준 모든 것들이
다 같이 피지 못할 시각을 기다리고 있다.
영화榮華의 길은 무덤으로만 뻗어 있다.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허리를 둘에 내어
춘풍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어른님 오시는 날이면
굽이굽이 펴리라
“겨울이 오면 봄이 멀겠는가”
세월과 자연에게 길이 아끼라 하옵소서
그들과 당신에게 드리는 이 비석을